[묵상] 2025년 12월 30일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세상 vs 사랑

어느덧 2025년의 끝자락,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날입니다. 연말이 되면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만감이 교차하곤 합니다. ‘올 한 해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바쁘게 달려왔나?’ 하는 허무함이 들기도 하고, 다가올 새해에 대한 막막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 전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우리에게 사라지는 것과 영원히 남는 것에 대한 지혜를 들려줍니다. 제1독서에서 요한 사도는 마치 인생을 다 산 지혜로운 노인처럼 우리에게 간곡히 당부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1요한 2,15). 여기서 말하는 ‘세상’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라, 하느님을 잊게 만드는 ‘욕망의 시스템’을 말합니다. 요한은 그것을 세 가지로 요약합니다.

  1. 육신의 탐욕: 쾌락만을 좇는 삶

  2. 눈의 탐욕: 겉보기에 화려한 것을 소유하려는 욕심

  3.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 자신의 재산과 지위를 뽐내는 교만

우리는 올 한 해 동안 이 세 가지를 얻기 위해 얼마나 애썼습니까? 하지만 요한 사도는 단언합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1요한 2,17). 달력의 마지막 장이 넘어가듯, 우리가 그토록 집착했던 성공, 재물, 인기도 결국은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지나가지 않고 영원히 남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 복음이 소개하는 예언자 한나가 그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한나는 여든네 살의 과부였습니다. 젊은 시절 남편을 잃고 홀로된 긴 세월 동안, 그녀는 세상의 즐거움을 좇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삶은 겉보기에 초라하고 외로워 보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녀가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루카 2,37)고 기록합니다. 그녀는 세상의 시간을 산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시간을 살았습니다. 세상의 화려함 대신 성전의 침묵을 택했고, 육신의 편안함 대신 단식과 기도를 택했습니다.

그 결과, 그녀는 무엇을 얻었습니까? 수많은 사람이 무심코 지나쳐버린, 요셉과 마리아 품에 안긴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는 영적인 눈을 얻었습니다. 예루살렘의 그 어떤 권력자나 부자도 보지 못한 세상의 구원자를 직접 만난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하느님을 찬미하며, 구원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이 아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노년은 허무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삶은 기다림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마침내 만남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장면은 예수님의 가족이 나자렛으로 돌아가, 아기 예수님은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으며”(루카 2,40 참조) 자라났다고 전합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나자렛, 곧 우리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2025년을 보내며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올 한 해, 사라질 것들을 사랑했는가, 아니면 영원한 것을 사랑했는가?”

한나 예언자가 성전에서 밤낮으로 머물렀듯이, 우리 각자의 마음의 성전에 머무르십시오. 세상의 소음은 지나가게 두고, 오직 하느님의 뜻만을 붙잡으십시오. 우리가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하느님을 바라볼 때, 한나처럼 우리 삶에 찾아오신 예수님을 알아보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가는 해의 아쉬움은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사라질 세상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지혜로운 신앙인이 되기를 다짐합시다. “세상은 지나가지만, 사랑은 영원히 남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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