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2월 29일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사랑이라는 등불

성탄의 기쁨이 계속되는 팔일 축제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에 머물기를 빕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감격에 젖은 한 노인, 시메온을 만납니다. 그는 평생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려온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마침내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만났을 때, 그는 하느님을 찬미하며 노래합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루카 2,30).

시메온은 어떻게 평범해 보이는, 가난한 부부의 품에 안긴 아기를 보고 단번에 ‘구원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수많은 사람이 성전을 오갔지만, 오직 시메온만이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비결은 그의 눈이 성령에 의해 맑게 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평생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기에, 인간의 겉모습 너머에 있는 하느님의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메온은 마리아에게 아주 의미심장하고도 고통스러운 예언을 합니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 빛으로 오신 예수님은 세상에 평화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강요하십니다. 빛이 오면 어둠이 드러나듯이, 예수님 앞에서는 사람들의 숨은 생각과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 빛을 받아들여 일어서지만, 누군가는 그 빛을 거부하여 걸려 넘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예수님을 거부하여 넘어지는 어둠 속에 있지 않고, 시메온처럼 빛을 알아보며 일어서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오늘 제1독서인 요한 1서는 그 기준을 아주 명확하고 단호하게 제시합니다.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1요한 2,9). 요한 사도는 말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나는 하느님을 안다”, “나는 신앙심이 깊다”고 말해도,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라는 것입니다.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어둠 속에 있고 어둠 속을 걷고 있으며,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1요한 2,11 참조) 영적인 맹인 상태입니다. 미움은 우리 영혼의 눈을 멀게 만듭니다. 눈이 멀면 바로 앞에 계신 예수님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시메온이 아기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율법을 잘 지켰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가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눈이 밝아집니다.

반면,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판단할 때, 우리 마음은 캄캄해집니다. 그 어둠 속에서는 기도가 되지 않고, 미사 참례를 해도 기쁨이 없으며,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어둠이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1요한 2,11).

성탄은 빛의 축제입니다. 하지만 트리에 전구를 달고 등을 밝혔다고 해서 우리가 빛 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빛 속에 머무는 길은, 내 마음속에 있는 미움의 스위치를 끄고, 용서와 사랑의 스위치를 켜는 것입니다. 시메온이 예언한 “영혼을 찌르는 칼”은 때로 사랑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아픔일 수 있습니다. 미운 사람을 용서하는 것,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품어주는 것은 마치 칼에 찔리는 것처럼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 아픔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어둠을 벗어나 참된 빛 속을 걷게 됩니다.

오늘 하루, 시메온처럼 아기 예수님을 우리 품에 안아봅시다. 하지만 그분을 안으려면, 먼저 우리 손에 쥐고 있는 미움과 고집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빈손과 빈 마음으로, 오직 사랑만을 채우겠다고 다짐할 때, 우리 눈은 시메온처럼 맑아져 삶의 모든 순간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보게 될 것입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1요한 2,10). 아멘.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묵상] 2025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묵상] 2026년 1월 8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묵상] 2025년 12월 2일 대림 제1주간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