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2월 1일 대림 제1주간 월요일
한 말씀만 하소서
대림 시기의 첫 주간을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주말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전례는 우리가 매일 미사 때마다 영성체 직전에 바치는 기도의 기원이 된 인물을 소개합니다. 바로 로마의 백인대장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백인대장은 중풍으로 괴로워하는 자신의 종을 위해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주님께서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마태 8,7) 하고 선뜻 나서시자, 백인대장은 예수님께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마태 8,8).
이 고백이 왜 그토록 위대한 믿음일까요? 그리고 대림 시기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이 고백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첫째, 이 고백은 철저한 '겸손'에서 나왔습니다. 백인대장은 당시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로마의 장교였습니다. 권력으로 따지면 예수님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 곧 하느님의 권능 앞에서는 한낱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지위나 힘을 내세워 예수님을 오라 가라 하지 않았습니다. 참된 믿음은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크심을 고백하는 겸손에서 시작됩니다.
둘째, 이 고백은 말씀의 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였습니다. 그는 굳이 예수님께서 직접 와서 손을 얹거나 의식을 행하지 않아도, 그분의 말씀 한마디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치유가 일어날 것을 믿었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마태 8,8). 이 짧은 문장 안에, 예수님을 단순한 치유자가 아니라 만물을 다스리는 주권자로 인정하는 놀라운 신앙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그날에"(이사 4,2), 곧 주님의 날이 오면 주님께서 당신 백성의 허물을 씻어내시고, 그들 위에 당신의 영광을 지붕과 초막처럼 펼쳐주실 것이라고 예언합니다(이사 4,4-6 참조). 백인대장은 비록 이방인이었지만, 믿음을 통해 바로 이사야의 예언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두고 "많은 사람이 동쪽과 서쪽에서 모여 와, 하늘 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마태 8,11)라고 선언하십니다. 혈통이나 자격이 아니라, 오직 믿음만이 우리를 하느님 나라의 식탁으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대림 시기는 아기 예수님을 우리 마음의 집에 모실 준비를 하는 때입니다. 우리는 종종 "나는 죄가 많아서",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되어서" 주님을 모시기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모두 부족합니다. 거룩하신 하느님을 모시기에 우리의 영혼은 너무나 누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인대장을 보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그의 완벽함이 아니라, 겸손한 믿음을 보시고 기뻐하셨습니다. 우리가 백인대장처럼 "주님, 저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말씀 한마디면 제 영혼이 깨끗해지고, 제 삶이 치유될 것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할 때,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우리 마음의 누추한 지붕 아래로 들어오십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기도가 백인대장의 기도를 닮기를 바랍니다. 눈에 보이는 기적이나 위로를 찾아 헤매기보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마태 8,8) 하고 주님의 말씀에 온전히 내맡기는 신뢰를 드립시다. 그때, 이사야가 약속한 주님의 영광이 뜨거운 낮의 더위를 막아주는 그늘처럼, 쏟아지는 비를 피하는 피신처처럼(이사 4,6 참조) 우리 삶을 덮어주실 것입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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