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1월 29일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마음이 물러지지 않게, 깨어 기도하십시오

오늘은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대림시기로 시작하여 예수님의 탄생과 수난, 부활 그리고 성령 강림을 거쳐 오늘 이 시점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대림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교회는 우리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합니다. 그것은 “끝까지 깨어 있으라”는 주님의 간곡한 부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마음 상태를 걱정하시며 경고하십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카 21,34).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마음이 물러진다’는 표현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둔하게 만드는 것이 반드시 큰 죄악이나 방탕함만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생활의 걱정 또한 우리의 영혼을 잠들게 하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 자녀 걱정, 노후 대책, 인간 관계의 스트레스에 파묻혀 살아갑니다. 물론 이것들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활의 걱정에만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리면, 우리의 영혼은 점점 무거워져서 하늘을 날지 못하고 땅바닥에 붙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그날이 닥쳤을 때, 우리는 마치 덫에 걸린 짐승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다니엘은 환시를 통해, 세상의 권력을 상징하는 무시무시한 짐승들을 봅니다. 그 짐승들은 강력한 힘으로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위협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거대한 흐름, 경제 위기, 전쟁, 불의한 권력들이 바로 이 짐승들처럼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합니다. 다니엘조차 "나 다니엘은 정신이 산란해졌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 환시들이 나를 놀라게 하였다"(다니 7,15)라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두려움에 떨거나 걱정에 짓눌려 있지 말고, 다른 선택을 하라고 명하십니다. 그것은 바로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기도는 무엇입니까? 기도는 생활의 걱정이라는 중력을 거슬러 우리 마음을 하느님께로 들어 올리는 힘입니다. 기도는 세상의 짐승들이 아무리 으르렁거려도, 그 너머에 계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영원한 통치권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깨어 기도할 때, 우리는 세상의 덫에 걸리지 않고 그 위를 걸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을 때,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거나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게 됩니다. ‘서다’라는 것은, 죄와 죽음을 이긴 승리자의 자세이며, 당당한 자녀의 자세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봅시다. 우리의 마음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습니까? 하느님을 향한 갈망이었습니까, 아니면 세상살이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었습니까? 혹시 우리의 마음이 물러지고 무거워져 있다면, 오늘 하루, 다시 한번 영혼의 허리띠를 조여 맵시다.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대림 시기를 준비하며, 묵은 걱정과 근심은 주님 십자가 발치에 내려놓읍시다.

다니엘서의 약속처럼, 세상의 나라는 지나가고 멸망하지만,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다니 7,27)인 우리는 영원한 나라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 확실한 승리의 약속을 믿고, 기도로써 깨어있는 복된 마무리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한 해 동안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희가 세상의 걱정을 털어버리고, 깨어있는 마음으로 당신의 오심을 기다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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