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1월 25일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무너지는 것들 사이에서 영원을 붙잡는 지혜
우리는 지금 전례력의 마지막 주간인 연중 제34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 시기에 세상의 종말과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묵상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이들이 성전의 아름다움을 찬양합니다. “이 성전이 정말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구나!” 그들의 눈에 예루살렘 성전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웅장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완벽하게 담아낸 그릇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감탄에 찬물을 끼얹는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루카 21,6).
우리가 절대적이고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이 예고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줍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오늘 제1독서 다니엘서의 환시와 맞닿아 있습니다. 다니엘 예언자는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의 꿈을 해석합니다. 꿈에 나타난 거대한 신상은 황금 머리, 은 가슴, 청동 배, 쇠 다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겉보기에 화려하고 강력하게 보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다 가진 듯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신상의 치명적인 약점은 ‘발’에 있었습니다. 발이 쇠와 진흙이 섞여 있어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옵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돌 하나가 떨어져 나와, 쇠와 진흙으로 된 그 상의 발을 쳐서 부수어 버렸습니다"(다니 2,34). 화려했던 금, 은, 청동, 쇠는 타작마당의 겨처럼 되어 바람에 날려가 버리고 흔적도 없게 됩니다.
오늘 말씀들은 우리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우리는 평생 무엇을 쌓아 올리고 있습니까? 우리 각자는 ‘나’라는 신상을 멋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머리에는 ‘명예’라는 황금을 씌우고, 가슴에는 ‘재물’이라는 은을 채우며, 다리에는 ‘건강’과 ‘권력’이라는 쇠를 두릅니다. 우리는 그것들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며, 그 아름다움에 스스로 감탄합니다. “내 인생 정말 멋져!” 그러나 예수님과 다니엘 예언자는 경고합니다. “모든 것은 진흙 위에 서 있다.”
우리가 세상에서 쌓아 올린 공든 탑은, '질병'이라는 돌, '경제 위기'라는 돌, '이별'이라는 돌 그리고 마침내 '죽음'이라는 돌이 날아와 부딪히는 순간,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절망해야 할까요? 모든 것이 허무하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까요? 아니죠. 오늘 말씀의 핵심은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건설’에 있습니다.
다니엘서에서 신상을 부서뜨린 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떨어져 나온 돌”(다니 2,34 참조)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 상을 친 돌은 거대한 산이 되어 온 세상을 채웠습니다"(다니 2,35). 그리고 다니엘은 그 돌이 바로 “하느님께서 세우실 한 나라”(다니 2,44 참조), 영원히 멸망하지 않을 하느님의 왕국을 상징한다고 말합니다. 이 ‘떨어져 나온 돌’은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성전은 무너졌지만, 하느님께서 직접 보내신 ‘모퉁잇돌’이신 예수님은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시어 영원한 구원의 산이 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 무서워하지 마라”(루카 21,8-9)하고 당부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이 흔들리고, 전쟁과 지진이 일어나고, 내가 믿었던 가치들이 무너져 내릴 때, 그때가 바로 가짜가 사라지고 진짜가 드러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진흙과 섞인 세상의 왕국이 무너질 때, 비로소 그리스도의 영원한 왕국이 우리 삶에 우뚝 서게 됩니다.
무너질 것들에 여러분의 희망을 걸지 마세요. 화려한 겉모습, 인간이 만든 제도나 재물은 언젠가 사라집니다. 오직 ‘떨어져 나온 돌’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여러분의 인생을 거십시오. 그분 위에 지은 집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내 삶의 발이 진흙으로 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시다. 그리고 허물어질 세상의 성전을 꾸미느라 애쓰기보다,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하느님의 나라를 내 마음속에 튼튼히 세우는 지혜로운 신앙인이 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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