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우리를 향한 성덕의 초대

오늘 우리는 ‘모든 성인 대축일’이라는 거룩하고 기쁜 날을 맞이했습니다. 오늘 이 축일은, 우리가 성당의 제단 위에서 공경하는 위대한 성인들, 예를 들어 성 베드로, 성 프란치스코, 성녀 데레사와 같은 ‘특별한 영웅’들만을 위한 날이 아닙니다. 이 축일은, 바로 우리와 똑같이 이 땅에서 살아가며 넘어지고, 아파하고, 다시 일어섰던, “아무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묵시 7,9)를 위한 날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성덕의 초대장’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인이 되는 길, 곧 ‘참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직접 가르쳐 주십니다. 그 길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의 길과는 정반대의 길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부유하여라, 그러면 행복할 것이다’, ‘강해져라, 그러면 행복할 것이다’, ‘웃어라, 그러면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우리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4.10). 이 ‘참행복 선언’은 바로 하느님께서 그리시는 ‘성인의 초상화’입니다. 성인은 자신의 힘이나 재물을 의지하지 않고, 오직 하느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가난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성인은 이웃의 아픔과 세상의 죄를 보며 함께 ‘슬퍼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성인은 불의에 맞서 ‘의로움에 목마른’ 사람이며, 그 때문에 ‘박해’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이 치열한 삶을 살아낸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오늘 제1독서인 묵시록이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요한 사도는 하늘에서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권에서 나온(묵시 7,9) 그야말로 셀 수 없는 큰 무리를 봅니다. 그들은 모두 흰 옷을 입고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서게 되었을까요? 한 원로가 요한에게 설명합니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묵시 7,14).

이것이 핵심입니다. 성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완벽했거나, 한 번도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이 이 땅에서 ‘큰 환난’, 곧 가난과 슬픔, 박해와 유혹이라는 삶의 전투를 치열하게 겪어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힘이나 공로가 아니라, 오직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 그분의 무한한 자비와 용서로 씻겨져 거룩하게 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과연 성인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오늘 제2독서가 감격적인 대답을 줍니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1요한 3,1). 우리의 성덕은 우리가 무엇을 해서 ‘쟁취하는’ 자격증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주신 ‘사랑받는 자녀’라는 우리의 ‘정체성’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미 그분의 자녀입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 놀라운 신분을 이 세상 안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이 가난한’ 이유는, 우리 아버지가 하늘 나라의 주인이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비로운’ 이유는, 우리 아버지가 우리에게 먼저 한없는 자비를 베푸셨음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박해를 견디어내는’ 이유는, 우리가 돌아갈 영원한 집이 이 땅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임을 굳게 ‘희망’하기 때문입니다(1요한 3,3 참조). 물론 그 길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도 매일 넘어집니다. 마음이 가난하기보다 부유해지고 싶고, 자비를 베풀기보다 복수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겪는 ‘큰 환난’입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기억합시다. 우리가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 “주님,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할 때마다, ‘어린양의 피’가 우리를 다시 희게 씻어주십니다. 성덕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주님의 자비에 의지해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오늘, 하늘의 모든 성인들이 바로 우리를, 그들의 동생인 우리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너희와 같았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이미 하느님의 자녀다. 주님의 자비만 믿고 끝까지 사랑의 길을 걸어라!”

우리 모두 이 거룩한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합시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이 역설적인 행복의 길을 용감하게 선택하며, 이미 우리를 위해 마련된 하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하는 복된 우리가 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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