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레위인 게시물 표시

[묵상] 2026년 2월 21일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이미지
  교회는 병원입니다 재의 예식으로 시작한 사순 시기의 첫 주간을 마무리하는 토요일입니다. 지난 며칠간 우리는 단식과 자선 그리고 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오늘 전례는 그 모든 실천의 결론이자,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기 정체성’을 확인시켜 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의 빛을 받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합니다. “네가 네 가운데에서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 버린다면” (이사 58,9). 여기서 ‘삿대질’은 남을 비난하고 정죄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우리는 사순 시기가 되면 묘하게 엄격해집니다. 그런데 그 엄격함의 잣대를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게 들이댈 때가 많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래?”, “신자가 되어서 저래도 돼?” 이렇게 남을 향해 손가락질을 할 때,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남의 티끌을 지적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형제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남을 향한 검지 손가락을 접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레위라는 세리가 등장합니다. 당시 세리는 로마에 빌붙어 동족의 피를 빠는 공인된 죄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세리를 벌레 보듯 피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를 보셨고, 그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초대하셨습니다. 바리사이들은 기겁하며 따집니다. “어찌하여 저런 죄인들과 어울립니까?” 예수님의 대답은 신앙의 핵심을 찌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루카 5,31-32). 이 말씀은 교회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교회는 완벽한 성인(聖人)들을 보여주는 박물관이 아닙니다. 교회는 중환자들이 모여 치유받는 종합병원입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죄’라는 병에 걸린 환자들입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이기심과 교만, 상처로 곪아 터진 환자들입니다. 예수님은 환자와 같은 우리를 부르러 오셨습니다. 의사에게...

[묵상] 2026년 1월 17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

이미지
자비의 눈길 한 주간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연중 제1주간 토요일입니다. 오늘은 ‘수도 생활의 아버지’라 불리는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관에 앉아 있는 레위를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당시 세리는 동족의 돈을 걷어 로마에 바치고, 그 과정에서 착복을 일삼았기에 ‘매국노’이자 ‘공인된 죄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그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부정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세관 앞을 지나가시다가 레위를 눈여겨보셨습니다. 경멸의 눈초리가 아니라, 자비의 눈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짧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라” (마르 2,14). 이 한마디에 레위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고 합니다. 이 장면은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 안토니오 성인과도 겹칩니다. 성인은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라는 복음 말씀을 듣고, 즉시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사막으로 들어갔습니다. 레위 역시 돈이 쌓여 있는 세관 의 테이블, 자신의 밥줄이자 인생의 전부였던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레위의 집에서 많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이것을 보고 기겁하며 비난합니다. “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 (마르 2,16). 그때 예수님께서는 신앙의 핵심을 꿰뚫는 말씀을 남기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마르 2,17). 이 말씀은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 나는 내가 병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가?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려면 먼저 내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나는 건강해, 나는 문제없어”라고 고집 피우는 사람은 아무리 유명한 의사가 와도 고칠 수가 없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스스로를 ‘의인’이라 믿었기에 예수님이라는 의사가 필요 없었습니다. 반면 레위와 죄인들은 자신들의 영혼이 병들었음을 알았기에 예수님께 매달렸습니다. 구원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