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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2026년 1월 21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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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큰 기도 오늘은 로마 박해 시대에 꽃다운 나이로 순교하여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된 성녀 아녜스 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사제는 순교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제의를 입습니다. 오늘 전례는 흥미롭게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약자와 강자의 대결’, 바로 다윗과 골리앗 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는 13세 소녀였던 아녜스 성녀의 삶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 신앙인의 삶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다윗은 거인 골리앗과 싸우러 나갑니다. 사울 왕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기의 청동 투구와 갑옷을 다윗에게 입혀줍니다. 하지만 다윗은 그것이 거추장스러워 곧바로 벗어버립니다. “ 제가 이런 무장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이대로는 나설 수가 없습니다 ” (1사무 17,39).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골리앗 - 돈 문제, 인간관계의 갈등, 불확실한 미래 - 을 이기기 위해, 자꾸만 세상의 갑옷을 입으려 합니다. ‘남들보다 더 독해져야 해’, ‘더 많은 스펙을 쌓아야 해’, ‘거짓말을 해서라도 이겨야 해’. 이것들은 사울의 갑옷처럼 우리 영혼에 맞지 않는 것들입니다. 다윗이 선택한 무기는 화려한 칼이 아니라, 시냇가에서 주운 매끄러운 돌멩이 다섯 개와 하느님의 이름이었습니다. 신앙인은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기도의 돌멩이로 싸우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갑옷을 벗어 던져야 합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녀 아녜스 역시 세상의 눈으로 보면 다윗처럼 나약한 어린 소녀였습니다. 그녀를 위협한 것은 당대 최강대국 로마 제국이라는 거대한 골리앗이었습니다. 그들은 권력과 무력으로 배교를 강요하고 회유했습니다. 하지만 아녜스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다윗이 골리앗 앞에서 “ 너는 칼과 표창과 창을 들고 나왔지만,  나는 네가 모욕한 이스라엘 전열의 하느님이신 만군의 주님 이름으로 나왔다 ” (1사무 17,45)라고 외쳤듯, 아녜스 성녀도 오직 믿음 하나로 제국을 이겼습니다. 그녀의 순교는 패배가 아니라, 영원한 승리였습니다. 약함이 곧 강함...